"아버지께서는 모든 충만으로 예수 안에 거하게 하시고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을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케 되기를 기뻐하심이라" (골 1:19-20) 이 구절의 참 뜻은 무엇인가? 만일 하나님께서 만물과 화목되기를 기뻐하신다면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속죄의 죽음을 통해서 구별없이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는다는 말씀인가? 교회사를 보면 오리겐(Origen, 185-254) 때부터 오늘날까지 보편구원론자(만인구원론)들이 있어 왔고 이 구절은 저들의 주장을 위해 오용되어 왔다. 그러나 보편구원설은 이 구절의 의도도 아니며 다른 성경과도 조화되지 않는다. 아쳐(G.L. Archer)는 만일 그리스도가 구별없이 만인을 구원하기 위해 죽으셨다는 보편구원을 주장한다면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고 지적하였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신앙은 완전히 불필요하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만인을 구원하게 한다면 그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하던지 않던지 회개하고 믿든 지 말든지 누구나 다 구원받기 때문이다. 2. 지옥에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옥의 고통에 대한 성경의 언급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 3. 만일 본문이 만인의 궁극적 구원을 보장한다면 회개하지 않고 죽은 자는 로마 캐토릭 교회에서 주장하듯이 연옥에 가서 일시적인 징계를 받고 마음과 생활이 순수하게 된 후 천국에 가야 할 것이다. 결국 사후에 구원에 대한 제2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4. 만일 본문이 만인구원을 지지한다면 하나님은 선과 악 사이에 궁극적인 구별을 하지 않으신다는 결과가 된다. 또 옳고 그름에 대한 참된 차이가 없게 된다. 그러니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의 제시는 불필요하게 된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천국은 천국이기보다는 지옥에 가까운 곳이 되고 말 것이다. 온갖 시기, 미움, 모독, 음모, 거짓과 사기 그리고 살인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물론 보편구원설자들 중에는 그들이 사후에라도 순결(일시적 지옥의 고통의 정화)해져서 천국에 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회개하지 않고 중생하지 못한 인간이 지옥의 고통 속에서 더더구나 악인들이 성령의 감화의 역사없이 새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요한계시록 16:8-10에 보라! 하나님의 심판은 악인이 회개하기는커녕 하나님을 훼방하며 더 강퍅해질 뿐이다.1) 성경에서 지옥은 일시적인 장소가 아니라 영벌의 장소다(마 25:46). 그러면 본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타락하기 전 하나님-인간-만물의 관계는 조화와 화목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범죄한 후에는 이 조화와 화목의 관계가 깨지고 말았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속죄의 죽음을 죽으시므로 죄의 용서를 가져왔고 그 결과 용서받은 인간은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고 만물과도 화목하게 되었다. 물론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원리상 죄를 정복했으며 율법의 요구를 만족시켰고 그 진노를 담당하셨으므로 깨어진 관계가 이제 회복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만인이 다 구원받는다는 말은 아니다. 만인구원설은 성경이 반대하고 있다(시 1편; 단 12:2; 마 7:13, 14; 25:46; 요 5:28; 빌 3:18-21; 살후 1:3-10). 여기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화해의 과정은 어떤 자동적인 과정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인간들은 하나님의 구원 제의를 배척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이 임한다(롬 1:18-2:16; 14:10; 고후 5:10; 살후 1:5-10). 그러므로 만물과의 화목은 만인구원설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하나님의 화해 목적의 보편적 범위이며 그것은 완전한 새 창조가 선명하게 보이게 한 것 이상이 아니다. 또 화해는 상호관계에서 재확립되는 것이지 자동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그래서 화해는 그리스도안에 있을 때(고후 5:17), 믿음과 세례와 분명하게 상호 연관되었다(롬 3:21-31; 6:1-11; 갈 3:26-29).2) 그러므로 본문은 믿음으로 칭의된 자 즉 하나님과 화평한 자(롬 5:1)만 아니라, 만물과 불신자 그리고 마귀까지도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복종케 된다는 것이다(F.F. Bruce, William Hendriksen, Curtis Vaigjam, J.B. Nielson) 그래서 바울은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며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고 하였다(빌 2:10-11).
주 1. G.L. Archer, Encyclopedia of Bible Difficulties, pp.406-407 2. N.T. Wright, Colossians and Philemon(IVP, 1986), p.7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