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
RevSuh  2008-08-16 16:26:44 hit: 2,119


   "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니"   (골 1:15)

본문은 신약성경에서 그리스도의 성품과 인격에 대한 가장 중요한 표현 중에 하나다. 사실 예수가 누구시냐? 는 질문은 초대 교회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독론의 주제요 논쟁의 초점이 되어 왔다. 심지어는 예수님의 사역기간 중에도 가장 중요한 질문 중에 하나였다.
  
예수님께서 내가 누구냐는 질문을 하셨을 때 베드로는 당신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막 8:29)라고 대답하였다. 그 대답이 옳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사실상 베드로는 예수님을 정치적인 지배자 메시아로 이해했을 뿐 고난과 죽음을 견디셔야 하는 고난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로 이해하지 못하였다(막 8:30-38).
  
그런데 바울 사도가 그의 말년에 로마 옥에서부터 예수님이 과거에 어떤 분이셨으며 지금 어떤 분이신 지에 대한 가장 성숙하고 완전한 반응을 이 본문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본문은 특별히 예수님의 신성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에서 저들의 주장을 세우는데 인용되고 있는 구절이기도 하다. 여호와의 증인에서 예수는 피조된 가장 탁월한 분이므로 존재의 시작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문에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라는 구절이 그들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바울의 주장과 신앙에 모순 된다. 또 역사적으로 최초의 정통교리로 채택된 아다나시우스(Athanasius)의 신조에서는 이 본문이 그리스도는 피조물의 창조자시라는 주장에 쓰였다.1)
  
이제 본문이 말씀하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지 살펴보기로 하자. 그러면 자연히 여호와의 증인이 어디서 잘못되었는지도 밝혀지게 될 것이다.
  
먼저 그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란 말부터 생각해 보자.
형상이란 말은 하나님께서 첫 사람 아담과 하와를 당신의 형상으로 창조하셨다는 말씀에 처음으로 나온다(창 1:26-27). 이 말의 기본적인 뜻은 사람의 존재가 신비로운 의미에서 하나님의 실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광의 형상이란 말씀은 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광이 그리스도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실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창조자가 인간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 자신을 나타내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하나님(아들)이 사람이 되신 성육신 사건을 가리킨다(요 1:4-18).2)  그리고 여기서 형상이란 명칭은 그리스도의 하나님께 대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한편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의 드러내심을 지적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선재(先在)를 가리킨다.
  
그러면 다음으로 모든 피조물 중에 처음 나신 자란 말씀을 생각해 보자.
형상이 하나님에 대한 그리스도의 관계를 강조했다면, 장자란 말은 창조에 대한 그의 관계를 가리킨다. 여기서 장자란 말이 여호와의 증인에서처럼 모든 피조물의 첫째라는 뜻으로 그리스도를 가리키지 않는 것은 바로 이어지는 말씀으로 보아 분명하다. 16절에 만물이 그에 의해서 창조되었다고 하였다. 성경은 문맥에 의해서 해석되어야 하며 절이나 구를 끊어서 해석해선 안 된다. 더구나 여기서 장자라는 말의 의미가 문자적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장자란 말이 칠십인 역(LXX)에서는 130회나 쓰였는데 현세적인 우선권이나 지위의 주권을 가리키는데 쓰였다. 장자는 아버지의 사랑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자에 대해 쓰였다. 히브리서에서는 11:28과 12:23에 복수로 나오는데 단수로는 항상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켰다. 또 로마서 8:29, 고린도전서 15:20, 사도행전 26:23, 요한계시록 1:5에서 다스리는 지위의 지상권을 가리켰다. 여기 그리스도에 대한 장자는(18절) 시편 89:27의 반영인데 거기서 하나님께서는 다윗 왕에 대해 내가 그를 내 장자로 만들리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이 명칭은 다윗 혈통의 메시아로서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과 하나님의 지혜로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하였다.3)  구약의 지혜 문학에서 지혜는 하나님의 속성이나 거룩한 율법의 인격화였다. 따라서 바울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성육하신 지혜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으로부터 우리에게 오신 지혜이시며 모든 창조 전에 계셨던 분이시다. 그는 선재하신 우주적 그리스도시다.4)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모든 피조물에게서 구별되신 유일한 분이시다(히 1:6). 그는 피조물의 주인이시며 모든 피조물보다 앞서시며 지고한 지배자시다.
  
이제 이 말씀을 정리해 보자.
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란 말씀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보이지 않던 하나님으로서 보이는 하나님으로 성육신 하신 사실을 가리킨다. 그래서 우리에게 하나님을 보여 주신 분이시란 말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신성과 인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5)  또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란 말씀은 그가 피조물 중에 첫째라거나 제일 탁월하다는 말씀이 아니다. 16절과 17절이 지적하고 있듯이 그는 피조물이 아니라 그가 만물을 창조하신 분으로서 저들과 구별되시며 그들을 지배하시는 지고한 지위에 계신다는 말씀이다.

   주
   1. R.C. Lucas, The Message of Philemon(Leicester: IVP. 1980), p.51
   2. Ibid., p.50
   3. Peter T. O" Brine, Colossians, Philemon(Waco: Word, 1982), p.44
   4. F.F. Bruce, Colosians(Grand Rapids: Eerdmans, 1968),  p.195
   5. N.T. Wright, Colossians and Philemon(IVP. 1986),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