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어찌하여 환난 때에 숨으시나이까" (시 10:1)
본 시편은 악한 자의 번영에 직면해서 하나님의 공의를 다루고 있는 시 중에 하나이다. 이 시는 언약 공동체 안에서 악의 발전에 대한 영상(moving picture)을 제시하고 있다(1). 그리고 이런 주제의 시가 그렇듯이 불평으로 시작하나 신뢰로 마치고 있다(G. Campbell Morgan). 저자는 악한 자의 특성과 행동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그들에게서부터 하나님의 구원을 호소한다(2). 그런데 위 본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하나님은 가까이 할 수 없는 분처럼 묘사되고 있다는데 있다. 전 성경을 통 털어 하나님은 아주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으로 언급되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며 고통에 도움이시기 때문이다(시 46:1; 73:28; 약 4:8). 물론 본 시편처럼 하나님은 멀리 계시며 고난 때 숨으시는 분처럼 묘사되고 있는 구절들도 있기는 하다(사 14:15; 겔 20:3). 먼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위해 우리는 이 시인이 처한 환경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지금 고난 중에 있으며 하나님께 구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구원을 위한 기도는 경청되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숨기시므로 멀리 계신 것 같다(사 49:14). 그런데 악인은 번창하며 의인은 고난을 받는다. 이런 형편 속에서 저자는 그의 기도 응답의 절박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고난이나 박해는 우리의 경험이나 교회의 역사가 보여 주고 있듯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설사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이미 들으셨고 그의 구원을 시작하셨을지라도 저자는 그것을 쉽게 깨달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시인은 왜 하나님은 내게서 멀리 계시며 환난 때 숨으시나이까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서 그의 신앙의 연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다음으로 이 시인은 하나님이 멀리 계시거나 숨으시는 분이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연약해지면 실제와 다르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을 했을 경우 사실 가족은 더 가까이 그의 곁에서 빨리 완쾌해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의 곁에 가까이 있어 준다고 느끼지 못한다(3). 이런 맥락에서 본 시편의 저자도 고난 중에 악인의 번창을 보면서 그의 느낌과 심정을 토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가끔 우리의 감각이나 느낌은 신앙에 반대로 말하게 된다(4). 마지막으로 이 시는 여기서 비유적으로 말씀하고 있다. 마치 하나님께 가까이 하라는 말이 비유적이듯이(약 4:8)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자신을 감추신다는 말도 문자적이 아니라 비유적인 표현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좋아하는 시간이나 방법으로 응답하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경은 하나님은 들으시며 우리의 최선한 유익으로 역사 하신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킨다(히 4:14-16; 12:1). 신자들의 진실되고 오래 참아 기다리는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신다는 구절은 성경에 없다(요 9:31)(5). 요한 칼빈도 이 시인의 표현은 현재 나타난 사건으로부터 단지 감각적인 형태의 판단에 따라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라 보았다(6). 그러므로 본 시편의 저자는 하나님은 우리가 가까이 하실 수 없으신 분이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본 시편 14절 이하를 보면 그는 하나님께서 왕이시며 모든 사악한 자를 심판하시는 분으로 확신하고 있다.
주 1. Willem A. Van Gemeren, Psalms, E. B. C. Vol.5 (Grand Rapids: Zondervan, 1991), p.124 2. Beacon Bible Commentary, Vol.3 (Kansas City: Beacon Hill, 1967), p.162 3. Cf. Albert Barnes, Notes on the Old Testament(Grand Rapids: Baker, 1987), p.87 4. David Dickson, Psalms(Edinburgh: Barner, 1985), p.44 5. Norman Geisler and Thomas Howe, When Critics Ask(Victor Books, 1922), p.235 6. John Calvin, Commentary upon the Book of Psalms(Grand Rapids: Baker, 1989),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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